복고풍의 서정성을 이렇게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풀어낼 수 있는 팀이 잔나비 말고 또 있을까. 최정훈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몽글몽글한 보컬은 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법을 부린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사랑의 망설임과 그 찰나의 진심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언어로 다듬어 놓아서, 노래가 끝나고 나면 한 편의 서정시를 읽은 듯한 깊은 여운에 잠기게 된다. "추억할 만한 명분도 모르는 사이"라는 가사처럼 관계의 모호함 속에 서 있는 연인들의 마음을 이토록 정확하게 꿰뚫는 가사는 정말 드물다. 스트링 사운드와 빈티지한 악기 구성이 주는 따뜻함은 마치 낡은 LP를 듣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하면서도, 세련된 멜로디 라인 덕분에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을밤이나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며 듣기에 이보다 더 최적화된 곡은 없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감정의 선을 따라가는 정직한 창법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며,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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